0. 들어가는 글
오늘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빌라 1,000채 이상을 가진 집주인(임대인)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문제는 이 임대인이 종합부동산세도 밀려있고,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을 때 매매 가격보다 더 높은 전세 가격으로 세입자를 들인 곳도 많다는 것이다.
총 1,139채를 가진 임대인이 죽으면서 몇몇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상황이라고 한다.
심지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도 무용지물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왜 그런지 제대로 알아보자.
1.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란?
글자 그대로 전세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책임지는 보증 상품이다. 해당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있는데,
가입조건은
1. 전세계약이 1년 이상일 것
2. 공인중개사를 통해 체결된 전세계약서일 것
3. 전세보증금액이 수도권 7억, 그 외 지역 5억원 이하 일 것
4.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담보 및 양도를 금지하는 특약이 없을 것
( 해당 특약이 있으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해당 채권에 대해 대위 변제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5. 해당 주택을 계약한 이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둘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청 기한이 따로 있다는 것인데,
전세계약기간의 1/2 경과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2년 계약을 했는데 1년이 지났다면 신청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증보험료가 일할 계산 (1일당 얼마씩) 되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하면 보증보험료가 저렴하다.
가장 저렴하게 한다고 1년을 기다렸다가 가입을 못하는 낭패가 생길 수도 있다.
2. 이번 보증보험은 왜 문제가 되었나?
문제가 된 것은 해당 보험이 이행을 위한 조건이 문제다.
전세보증금을 대신 HUG가 내주고, 본인들이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HUG에서 제공하는 보증이행 청구 조건 (내 전세금을 대신 돌려달라고 청구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취득:
① 주택의 인도와
② 주민등록을 마친 때 그 다음날 오전 0시부터 대항력의 효력이 생기며, 대항요건을 갖추고
③ 임대차계약서상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우선변제권을 취득합니다.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권리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증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1.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유지: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이후 임차주택(전셋집)에서 퇴거 또는 전출(주민등록 이전)할 경우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상실합니다. 전세보증금 전액을 반환받으시거나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칠 때까지 퇴거 및 전출(주민등록 이전)을 해서는 안 됩니다.
2. 권리침해: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갖추기 전에 해당 부동산에 가압류·근저당권 설정 등이 있을 경우 권리침해로 인해 보증이행 청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증가입 당시 공사가 보증가입요건 충족 범위 내의 선순위 채권으로 인정한 경우는 무방함)
3. 경·공매 발생:
임차주택(전셋집)에 경·공매 발생 시 공사에 알려야 하며, 임차인 또는 공사가 배당요구를 하여야 추후 보증이행 청구가 가능합니다.
4. 계약 종료(갱신거절) 통지:
전세계약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2020.12.10. 전에 체결된 계약의 경우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고, 그 통지가 도달하였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문자메시지의 경우 답장)를 이행청구 시 공사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5. 임차권등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친 후 이행청구가 가능합니다
이게 뭔 소리인지 단번에 알아들었다면 당신은 은행원이나 HUG 관련 담당자일 확률이 높다.
먼저 1. 대항력이란,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가 아님!) 제3자에게 나의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여기서 세입자로서 계약이 되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얘기는 대항력이 없는 경우 법적으로 당신은 여기에서 제대로 계약을 통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이 발생하려면 2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1. 확정일자: 해당 문서가 해당 일자에 "존재"했다고 기관이 인정해주는 것. 원래는 국토교통부나 등기소에서 해주는 것인데 편의상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할 때 찍어준다. 다른 형식의 확정일자는 내용증명을 발송할 때로, 우체국에서 내용증명을 찍어 해당 서류의 존재를 확인해준다.
→ 이거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다. 원래 부동산 관련 확정일자는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동사무소는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현재 동사무소에서 편의상으로 확정일자를 찍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확정일자 등록해주는 공무원들 모니터를 보면 국토교통부 시스템을 통해서 등록하고 있다.
2. 전입신고 + (출입문 Key의 양도)
엄격하게 말하자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두 가지가 완료된 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한다. 한 가지라도 안되어있다가 나머지 하나가 되는 순간 다음 날 0시부터라는 뜻.
다음 날 0시가 안 되었는데 만약에 집주인(임대인)이 해당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버리면 나는 해당 금액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린다. (이게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전세자금에 대한 제로데이 취약점 공격)
그리고 요새는 모르는데 원래는 집 현관문 Key의 양도(위의 조건에 주택의 양도를 갈음함)까지를 본다. 요새는 다 게이트맨 다이얼로 되어있으니까 비밀번호 양도를 받는 순간 그 사람이 양도받은 것으로 본다. + 내 짐이 있어야함 (점유)
이렇게 2가지가 모두 되어있어야 대항력이 발생한다.
여기서 "후순위"라는 것은 우선변제권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채권자(임차인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어떤 기관이나 사람이 임대인에게 돈을 빌려줬다. 나보다 먼저)가 있으면 해당 집을 시장에서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내 권리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HUG에는 대신 돈을 가져갈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우선변제권이 있으려면 나보다 선순위인 채권자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2. 가압류, 근저당권 설정된 것
세금을 안 냈거나, 줘야 할 돈을 못 줬거나, 대출을 받아서 특정한 권리가 해당 부동산에 등록되어있으면 HUG에서도 임대인 집을 처분해도 돈을 못 가져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권리들이 등록되어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3. 경매, 공매 발생
해당 집을 팔려고 할 때는 내가 보험을 등록한 공사(HUG) 측에게 알리고, 내가 여기 살고 있는 사람이니 집이 처분되면 내 돈을 돌려달라는 "배당 요구"를 해야 한다. 배당요구에 대해서 쓰면 또 글이 한 바닥이니 다른 링크로 대신한다.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29&ccfNo=5&cciNo=2&cnpClsNo=5
4. 계약 종료 통지 <----- 이게 이번에 문제
이번 빌라왕의 경우는 4번의 계약 종료 통지가 문제가 되었다.
내가 보증보험을 이행을 청구하려면 이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중간에 임대인이 죽어버리는 바람이 계약 종료 통지를 못하는 것이다.
(죽은 사람한테 계약 종료 통보하려면 지옥까지 따라가야 함;;;)
그러면 이미 죽어버린 임대인을 대신할 사람이 생겨야 하는데
그걸 대신할 사람은 그것을 상속받은 상속인이거나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법원에서 지정해준 상속재산관리인이 있어야 한다.
상속재산관리인이란 상속을 포기해도, 그 상속을 받았어야 하는 사람이 상속재산을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재산의 관리를 계속하도록 규정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상속재산을 관리, 청산하는 것에 관계된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까 법원에서 이 부동산은 지금 받을 사람이 없으니까 대신 니가 관리해줘!라고 지정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이 사람이 정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임차인)는 임대기간이 종료되었는데 임대인을 대신할 사람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5. 임차권 등기
임차권 등기는 말 그대로 주택임차가 끝났는데, 아직 내가 대항력/우선변제권이 있다는 것을 등기에 기록해두는 것이다.
이렇게 등기를 해두고 이사를 해야 해당 건물(부동산)에 내가 받을 돈이 있다는 것을 명시해서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다.
임차권등기는 '임차권 등기 명령'을 통해서 해야하는데,
이것은 지방법원, 지방법원지원, 시군 법원에 가서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링크를 참고하자.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29&ccfNo=5&cciNo=2&cnpClsNo=1
보증보험을 들고 난 이후에는 임대인한테 "임차인 전세보증금액에 대한 채권양도사실 알림"이 간다.
이게 배달증명으로 효력이 발생하는거라, 임대인이 꼭 받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3. 정리하는 글
흔히 '내 집 없는 서러움'이라는 것이 있다.
단지 내 집이 아니라고 못좀 박는게 어렵고, 이사좀 자주 다니고가 문제가 아니라
돈 몇 푼 때문에 아쉬워하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가 너무 좌절되고 힘들어지는 순간이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보증보험까지 들어놓았는데도
부동산 시장이 안 좋다거나 임대인의 상황이 악질이어서 내가 피해를 보면
얼마나 피눈물이 날까 싶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때에는 임대인의 건강까지 챙겨야할 판이다.
내년 설날에는 임대인에게 줄 홍삼을 알아봐야겠다.
참고할만한 글
1. 공증, 확정일자, 인증은 어떻게 다른가요? - 알아두면 좋습니다.
2-1.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대해서
상품에 대한 설명: https://www.khug.or.kr/hug/web/ig/dr/igdr000001.jsp
2-2. 보증이행(내 돈 내놔!를 하는 단계) 관련: https://www.khug.or.kr/hug/web/ge/er/geer001100.jsp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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